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드림카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BMW였습니다.
특히 7시리즈는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차였고, 실제로 2013년식 BMW 730d를 구입해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디젤 특유의 넉넉한 토크, 고속도로에서의 안정감, 장거리 운전에서도 피곤하지 않은 승차감.
지금도 달리는 성능만 놓고 보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시 BMW는 BMW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차의 성능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유지관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디젤차를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연비를 떠올립니다.
물론 기름값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 타다 보니 진짜 부담은 연료비가 아니었습니다.
고장입니다.
그리고 그 고장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10만km를 넘기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교체해야 할 부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워터펌프.
처음에는 ’이것만 고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부에서 들리는 작은 잡소리.
운전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귀에는 계속 거슬립니다.
정비소에서는 텐션 스트럿, 플렉시블 조인트, 각종 부싱, 고무류를 이야기합니다.
엔진마운트도 점검해야 하고, 미션마운트도 교체 시기가 다가옵니다.
수리 목록은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생깁니다.
이것은 BMW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오래된 수입차가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됩니다.
부품 하나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임까지 더하면 예상했던 비용보다 훨씬 커집니다.
‘이번만 수리하면 몇 년은 더 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정비를 마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곳에서 신호를 보냅니다.
자동차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고무는 굳고, 부싱은 닳고, 진동을 잡아 주던 부품들은 제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수리하면서 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자동차를 선택할 것인가.”
많은 고민 끝에 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테슬라 모델 Y 주니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 역시 전기차에 대해 반신반의했습니다.
충전은 불편하지 않을까.
장거리 여행은 괜찮을까.
배터리는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을 읽어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유지관리였습니다.
전기차는 엔진오일이 없습니다.
미션오일도 없습니다.
엔진마운트도 없습니다.
워터펌프나 터보차저를 걱정할 일도 훨씬 적습니다.
배기라인도 없고 DPF도 없습니다.
물론 전기차도 고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모품 교체가 훨씬 적다는 점은 분명 큰 매력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동차를 자주 정비소에 맡기는 일도 점점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자동차를 즐기는 것보다 자동차를 관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테슬라의 활용성이었습니다.
최근 테슬라는 차량 외부에서 220V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Tesla Outlet 어댑터를 출시했습니다.
이 작은 액세서리 하나만 연결하면 캠핑이나 야외 활동에서 전기포트, 전기팬, 조명, 노트북 충전기 같은 다양한 전기제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는 그저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움직이는 전원 공급 장치이자 작은 생활 공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처럼 파크골프를 즐기거나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거나 작은 선풍기를 돌리고, 노트북을 충전하며 잠시 쉬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내연기관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실제 테슬라 오너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테슬라를 사고 나서 여행을 더 많이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자동차가 바뀌었다고 여행까지 늘어날까?
그런데 이유를 들어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운전 피로가 줄고, 충전하는 시간을 쉬어 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예전보다 더 멀리 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 시간이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찾아가고, 노트북 하나 들고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고, 파크골프를 치러 가서 필요한 전기제품을 편하게 사용하는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물론 아직 테슬라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자동차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익숙해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고, 불편한 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 중요한 것은 최고속도나 제로백이 아닙니다.
얼마나 편하게 탈 수 있는지.
얼마나 관리 부담이 적은지.
그리고 앞으로 10년을 함께하기에 적합한 자동차인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20~30대에는 자동차의 성능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50대가 된 지금은 자동차가 내 삶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 주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돌아보면 BMW 730d는 제게 정말 좋은 차였습니다.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만남에는 끝이 있듯 자동차도 언젠가는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내어 줄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의 자동차와 새로운 시간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10년 뒤 제가 다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마 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때 참 잘 바꿨다.”

쉬운 말 풀이
노트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접이식 컴퓨터입니다.
전기차 기름 대신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입니다.
배터리 전기를 저장해 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부품입니다.
충전 배터리에 전기를 다시 채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