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없는 짓은 안 해.”

57년을 그렇게 살아온 내가 S&P500과 QQQ ETF를 시작한 이유

“확률 없는 짓은 안 해.”

오랫동안 나를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나는 원래 내기나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재미 삼아 하는 내기조차도 별로 내키지 않았고, 복권도 거의 사지 않았다. 한순간의 운에 기대어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편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가능성이 높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내 방식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주식도 하지 않았다.

주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 보면 그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집을 담보로 투자했다가 힘들어졌고, 어떤 사람은 가족들까지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역시 주식은 위험한 거야.’

그 생각은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주식을 하지 않는 나는 과연 돈을 잘 관리하고 있었을까?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은 대부분 은행 통장에 있었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든든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계산해 보니 다른 사실이 보였다.

금리가 조금 붙는다고 해도 물가는 더 빨리 오르고 있었다.

10년 전 천만 원의 가치와 지금 천만 원의 가치는 분명 달랐다.

겉으로는 잃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내 돈의 힘을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그것 역시 위험일 수 있겠구나.’

그렇다고 갑자기 개별 종목을 공부하며 삼성전자를 사고, 어떤 바이오 회사를 사고, 테마주를 따라다니는 일은 여전히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나는 그런 재주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매일 시세를 확인하고, 뉴스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고, 내일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일은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ETF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생소했다.

하지만 하나씩 알아갈수록 ’이거라면 내 성격과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S&P500 ETF는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의 기업에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고, 시대가 변하면 그 안의 기업도 바뀐다.

잘하지 못하는 기업은 빠지고, 새롭게 성장한 기업이 들어온다.

한 회사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의 성장에 함께하는 구조였다.

QQQ는 조금 달랐다.

기술기업 중심이라 변동성은 더 크지만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기업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반도체가 중요해지고,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가 산업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QQQ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오를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오르지만, 시장이 흔들리면 누구보다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욕심을 내기보다 S&P500과 함께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함께 가져가고 싶었던 것이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좋은 자산을 꾸준히 사는 것.

그리고 오래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투자다.

워런 버핏이 했던 말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이동하는 곳이다.’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는 그냥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투자를 시작하고 나니 의미가 달라졌다.

주식은 결국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오르면 더 사고 싶고,

떨어지면 팔고 싶고,

뉴스를 보면 불안해지고,

주변 사람이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린다.

그 감정을 견디는 사람이 결국 오래 남는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원칙을 하나 정했다.

‘팔려고 사지 말자.’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매달 여유자금이 생기면 조금씩 산다.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르면 기분 좋고,

떨어지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시장을 맞히려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줄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까지도 부자가 되는 가장 큰 방법은 부동산이었다.

좋은 위치에 집을 사고 오래 보유하는 것이 자산을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집값은 너무 높아졌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큰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투자도 있다.

ETF가 바로 그런 투자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이라도 꾸준히 모을 수 있고, 세계 최고의 기업들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복리라는 가장 강력한 친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복리는 처음에는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몇 년 동안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속도가 붙는다.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며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ETF는 조급한 사람보다 느긋한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나도 당장 ETF를 사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투자는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누가 좋다고 해서, 블로그에서 추천했다고 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본인이 공부하고,

본인이 이해하고,

본인의 돈으로,

본인의 책임 아래 시작해야 한다.

누가 대신 책임져 주는 투자는 세상에 없다.

나는 단지 내가 왜 ETF를 시작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예전의 나는 돈이 통장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다.

지금의 나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 돈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여행을 가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다.

오히려 그런 욕심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다.

여전히 확률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ETF를 선택했다.

운을 믿기보다 시간을 믿는 투자.

한 종목을 맞히기보다 세상의 성장을 함께 믿는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내 성격에 맞는 투자.

57년을 살아오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인생은 빨리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가는 사람이 결국 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조금씩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달에도 S&P500을 사고, QQQ를 산다.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대신 10년 뒤, 20년 뒤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며 조용히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그것이 내가 57년 동안 살아오며 선택한, 가장 나다운 투자 방법이다.


부록

10년 뒤의 나에게쓰는 편지.

안녕.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쉰일곱 살이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매달 S&P500과 QQQ를 조금씩 사고 있다.

크게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대단한 투자자가 된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돈이 통장에서 잠만 자지 않고 세상과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달 한 달을 이어가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는 예순일곱 살이 되었겠지.

그동안 시장이 몇 번이나 폭락했을지도 모르고, 세상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AI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고, 새로운 기업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이름 가운데 절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꾸준히 이어가는 습관.

혹시 계좌가 기대보다 많이 커져 있다면 욕심내지 않았던 나를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기대만큼 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우리는 운에 기대어 살지는 않았으니까.

확률 없는 일에 인생을 걸지도 않았고,

빚을 내어 무리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말만 믿고 투자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천천히 걸어왔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혹시 지금도 건강하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가끔은 오래된 MiniDisc 플레이어나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인생 아닐까.

돈은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줄 뿐,

행복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오늘 내가 시작한 작은 습관들이,

10년 뒤 너에게는 꽤 든든한 선물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러니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확률 없는 짓은 안 한다.’**는 원칙을 지켜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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