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주문할 때 가장 오래 고민하게 되는 선택 품목 중 하나가 FSD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던 FSD의 정식 명칭은 ‘풀 셀프 드라이빙, 감독형’입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904만3,000원이었습니다. 자동차 옵션 하나의 가격으로 생각하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웬만한 경차 한 대의 중고차 가격과 비슷하고, 자동차를 5년 정도 타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 망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현재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테슬라코리아는 기존의 904만3,000원 일시불 판매 방식을 종료하고, 2026년 8월 10일부터 월 15만 원의 구독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FSD를 월 99달러에 구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이제 FSD는 자동차를 살 때 큰돈을 한꺼번에 내는 옵션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가입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 해지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FSD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다
먼저 이름에서 오는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FSD는 ‘Full Self-Driving’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현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닙니다. 테슬라 역시 공식적으로 ‘감독형’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앞을 계속 살펴야 하고, 손과 발을 즉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차량이 잘못 판단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바로 개입해야 합니다.
테슬라 공식 설명에 따르면 감독형 FSD는 운전자의 적극적인 감독 아래 경로 탐색과 조향, 차선 변경, 속도 조절, 신호등과 교차로 대응, 주차 등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차량이 모든 장애물과 도로 상태를 완벽하게 인식하는 것은 아니며, 운전 책임도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Tesla)
자율주행 단계로 보면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레벨2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입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달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운전자가 책을 읽거나 잠을 자도 되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기존 오토파일럿과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오토파일럿은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설정한 속도로 달리며, 차선 가운데를 따라가는 기능에 가깝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이른바 HDA와 비슷한 역할입니다.
반면 FSD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고속도로뿐 아니라 시내도로에서도 주행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차선을 선택하고, 앞차를 추월하며,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꾸고, 신호등과 도로 구조를 판단합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기존 주행 보조는 운전자의 팔과 다리를 도와주는 기능이고, FSD는 운전자가 해야 할 판단의 일부까지 대신하려는 기능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고속도로는 차선과 진행 방향이 비교적 일정합니다. 그러나 시내에서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불법 주정차 차량, 갑자기 끼어드는 자동차, 복잡한 교차로, 희미한 차선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나타납니다.
FSD의 진짜 가치는 이런 복잡한 도로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산 테슬라와 중국산 테슬라가 다른 이유
한국에서 FSD 이야기가 복잡해진 가장 큰 이유는 차량의 생산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모델 S와 모델 X, 사이버트럭 등 일부 차량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 3와 모델 Y 대부분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미국산 차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미국산 모델 S와 모델 X 등을 중심으로 감독형 FSD가 먼저 제공됐습니다. 테슬라코리아의 시승 안내에서도 감독형 FSD가 모델 S, 모델 X, 사이버트럭 시승 차량에 한해 제공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Tesla)
반면 중국산 모델 3와 모델 Y는 유럽과 유사한 국제 안전기준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자동차가 운전자의 추가 조작 없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방향을 결정하는 기능은 기존 규정과 충돌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국산 테슬라에 FSD가 늦게 적용되는 이유는 차량의 컴퓨터 성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인증 기준과 법적인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최근 중국산 모델 3와 모델 Y는 상당수가 테슬라의 4세대 자율주행 컴퓨터인 HW4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감독형 FSD를 작동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차량이 많습니다. (오토트리뷴)
중국산 모델 Y의 FSD는 언제 가능할까
모델 Y를 구입하거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2025년 말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중국산 모델 3와 모델 Y의 한국 FSD 적용 시기를 2027년 이후로 보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국제적인 운전자 제어 보조 시스템 기준을 국내 규정에 반영하고, 입법예고와 심사, 시행 준비 기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블로터)
일부 전문가가 말하는 ‘내년 말’도 현재 시점인 2026년 7월을 기준으로 하면 2027년 말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 더 빠른 도입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6월 자동차 안전기준을 개정하면서 자동명령조향, 비상조향, 원격제어운전, 위험완화 기능과 관련된 기준을 보완했습니다. 이는 국내 규정이 국제적인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법률정보통합시스템)
따라서 중국산 테슬라의 FSD 도입 시기는 크게 세 가지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빠른 경우는 2026년 하반기부터 일부 차량이나 제한된 기능이 먼저 승인되는 경우입니다.
현실적인 중간 전망은 2027년 중 적용입니다.
보수적으로 보면 제도 정비와 인증 절차를 모두 거쳐 2027년 말 이후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느 날짜도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준비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인증, 차량별 하드웨어 조건, 국제 안전기준 반영 여부가 함께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산 모델 Y를 구입하면서 “곧바로 FSD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몇 년 동안 아무 변화도 없을 가능성보다는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사이에 제도적인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행 보조 기능은 어느 정도인가
현대차와 기아도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HDA2를 여러 차량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HDA2는 앞차와의 거리와 설정 속도를 유지하고, 차선 가운데로 주행하며,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차로 변경을 보조합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고속도로의 제한속도와 곡선 구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기아)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운전자 전방 주시 카메라, 자동 차선 변경, 진출입로 속도 조절, 원격 주차와 같은 기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HDA2는 기본적으로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테슬라 FSD처럼 복잡한 시내도로에서 신호등과 교차로를 판단하고, 목적지까지 경로를 따라가는 범용 주행 시스템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국내 업체는 미리 정해진 조건과 규칙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테슬라는 여러 대의 차량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직접 주행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을 확대해 왔습니다.
국내 업체의 방식이 보수적이지만 안정적이라면, 테슬라의 방식은 적용 범위가 넓고 발전 속도가 빠른 대신 예측하지 못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수하다기보다 접근 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국내 업체의 발전이 규제를 풀게 만들까
가능성은 높습니다.
정부가 테슬라만을 위해 규정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시내 주행과 자동 차선 변경, 레벨3·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기존 규정을 정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발전할수록 결과적으로 테슬라 FSD가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문도 함께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규제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하면 국내 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실제 도로에서 데이터를 쌓는 동안 국내 업체는 제한된 조건에서만 시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전을 무시할 수도 없고,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없습니다.
결국 한국의 규제는 한 번에 전면적으로 풀리기보다 운전자 감시 강화, 작동구간 제한, 사고기록 저장, 기능별 단계 승인 같은 조건을 붙여 조금씩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904만 원 일시불과 월 15만 원, 무엇이 유리할까
기존 가격인 904만3,000원을 월 15만 원으로 나누면 약 60개월에 해당합니다.
즉 FSD를 5년 이상 계속 사용할 사람이라면 일시불 구매가 더 저렴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을 3~4년 정도 타거나, 아직 중국산 모델 Y에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구독제가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달이나 운전을 많이 하는 시기에만 한 달씩 가입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FSD가 아직 제공되지 않는 차량에 900만 원을 먼저 지불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컸습니다. 구독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여 줍니다.
다만 월 15만 원도 1년이면 180만 원입니다. 단순한 차선 유지와 고속도로 운전만 필요하다면 기존 오토파일럿이나 국산차의 HDA2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내주행을 포함해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고, 운전 피로를 줄이는 데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FSD 구독을 한두 달 사용해 본 뒤 판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FSD가 바꾸는 것은 자동차보다 우리의 태도일지 모른다
FSD를 보면 자동차의 미래가 단순히 전기차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는 이제 엔진과 모터만으로 평가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출고 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이 달라지고, 자동차 회사는 차량을 판매한 뒤에도 매달 이용료를 받는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자동차를 소유하면서 동시에 자동차의 기능을 구독하게 될 것입니다.
그 변화가 편리할 수도 있고, 평생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 FSD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이름과 달리 운전자가 책임져야 하며, 지금 당장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도 아닙니다.
그러나 운전자가 직접 모든 것을 조작해야 했던 시대에서 자동차와 운전을 나누어 맡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산 모델 Y의 FSD가 올해 말에 열릴지, 2027년 말에 열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날짜보다 방향입니다.
자동차는 점점 더 스스로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고, 법과 보험, 운전자의 책임 기준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자동차를 얼마나 잘 운전하는가보다, 자동차가 운전하는 동안 얼마나 현명하게 감독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운 말 풀이
데이터 컴퓨터가 읽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디지털 정보를 숫자와 신호로 바꾸어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소프트웨어 기기 안에서 기능을 움직이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하드웨어 눈에 보이는 기기나 부품을 말합니다.
업데이트 기능을 고치거나 새롭게 바꾸기 위해 프로그램을 새 버전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구독 정해진 기간마다 비용을 내거나 등록해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전기차 기름 대신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변을 인식해 운전을 일부 또는 많이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카메라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