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리더를 이야기할 때 뛰어난 실적과 탁월한 경영 능력, 강한 추진력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진짜 리더라고 느끼게 되는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 한 기사를 읽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 본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청소 노동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는 과거 일화가 다시 화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이야기라 모든 세부 내용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거대한 기업의 회장에게서 화려한 성공담보다 한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을 더 크게 받아들였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의 삶을 존중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오래전 외신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행사장으로 들어가던 중 청소 노동자를 발견했다.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맞부딪치는 인사를 건넸다. 특별한 연출도 아니었고 거창한 행동도 아니었다. 하지만 화면을 보는 내내 묘한 울림이 있었다.
대통령과 청소 노동자.
사회적으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리더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또 하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기 트랩을 오르며 손을 흔드는 모습만 기억하지만, 그날 문 대통령은 도열해 있던 정비사들에게 먼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가장 눈에 띄는 외국 정상들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비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감사’란 말보다 행동이 더 큰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정치와 기업은 때로는 긴장 관계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상대의 사회적 위치를 떠나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결코 권위가 약해지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다. 대부분은 반대였다. 그래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감사하는 모습을 보면 더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바로 품격이다.
품격은 비싼 양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품격은 직함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청소를 하는 사람도, 경비를 서는 사람도, 식당에서 밥을 해주는 사람도, 회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서 품격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본사 건물은 돈으로 지을 수 있다.
최첨단 설비도 돈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리더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직원들은 매일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리더십을 강한 카리스마라고 생각했다.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냉정해야 하며, 때로는 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능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만으로는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기억한다.
성과는 기록으로 남지만, 태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다.
그래서 수년이 지나도 오바마 대통령의 주먹 인사 한 번이 기억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허리 숙인 인사가 기억나며, 이재명 대통령의 감사 인사가 회자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된 이재용 회장의 조문 일화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만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존중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굳이 ‘존경받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게 된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성공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가 성공처럼 보였다면, 지금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존중하며 살아왔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진짜 리더의 품격은 거창한 연설이나 화려한 업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 누군가에게 먼저 미소를 건네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쉬운 말 풀이
투자 돈을 불리거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산에 넣어두는 일입니다.
카메라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장치입니다.